벚꽃

벚꽃이란 참으로 덧없는 것이네요

봄이 되면 그 꽃을 피워 하늘로, 사람의 마음으로 흘려보내고는,

그 감정이 채 식기도 전에, 사랑해버릴려 하면 꽃을 모두 떨어트려 사라져 버립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덧없는 꽃이 되고 싶어요

어머니에게서 떨어져 바람에 실려가

촉촉한 땅에 다다를 때

나는 벚꽃이 되어 점점 자라날 것입니다

새싹을 틔워 튼튼한 줄기가 생겨 처음 가지를 뻗고, 푸르른 잎을 내겠죠

추운 겨울동안 봄에 피워낼 꽃을 작은 겨울눈에 숨겨

차가운 바람이, 겨울이 채가지 못하도록 꼭꼭 숨겨놓을 것입니다

당신이라는 봄이 올 때까지

나는 당신이 찾아오길 겨울마다 기다리겠죠

당신은 그저 당신이 왔다는 소식을 나에게 전해주세요

따뜻한 비를 내려 나를 먼저 적셔주어

길었던 잠에서 깨워나게 해주고,

시원한 바람을 보내어

당신의 소식을 전해주세요

그러면 나는

온 힘을 다해 꽃을 피워 내가 있는 이곳을 아름답게 만들겠습니다

당신이 산들바람을 타고 나에게 오시면

나는 당신과 함께 춤을 추고 싶어요

그러면 나는 하늘하늘 바람에 맞추어 날아다니겠지요

비록 길가에 떨어져 밟히더라도, 흙투성이가 될지라도,

당신과 함께 한 나날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나는 나를 떨어트립니다

당신이 이제 떠나갈 때가 되시면

나는 모든 꽃잎을 떨어트리겠어요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와 나를 흔들어 놓을지언정

당신만에게만 보여주었던 나를, 그 아름다움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오시기만 하면 된답니다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겠어요